이용후기

나를 만나러 가는 길 - 지리산 둘레길 1코스 주천~운봉구간

작성자
행복한
작성일
2012-05-07 10:03
조회
24736
 지난주 토요일, 전날 친구들과 가볍게 마신 술때문인지 밤새 선잠을 자다 새벽에 깼습니다.

잠을 푹자지 못하고 일어난 아침엔 꼭 왠지모를 억울함(?)과 서글픔이 동반해서 찾아 옵니다.


(특히 주말엔 더 심한..) 역시 그날도 비슷한 증상이 무거운 어깨를 짓누르며 시작되었고, 이러고


있다간 또 우울한 주말을 보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

  사실 이 우울함은 전날 갑자기 취소된 약속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. 일주일 내내 기대에 부풀어


주말만 기다리고 있었는데 갑자기스럽게 취소된 약속는 선잠으로 인한 서글픔을 극한으로 이끌었습니다.


'이렇게 내 소중한 주말을 허비할 수 없다, 어디든 일단 집을 나서자.'하는 생각이 들었고, 그래서


무작정 길을 나섰습니다. 지리산 둘레길로...


  뭐 물론 전부터 한번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교통편이며 코스며 소요시간, 기타등등


둘레길 관련 정보들을 미리 정리해 놓았던터라 엄밀히 말해서 무작정 떠난건 아닙니다. 정확히 말하자면


우발적(?) 출발 정도?!ㅎㅎ


  처음가는 둘레길이니 1코스부터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. 뭐 지극히 1차원적인 발상이긴한데


아무렴 어떻습니까?ㅎㅎ 일단 남원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.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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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둘레길 관련 정보들은 둘레길 홈페이지(http://www.trail.or.kr/)에서 찾아 보셔도 좋지만 미비한 점들이 많아


다른 사이트를 찾던 중에 이 블로그를 발견했습니다.  http://jirisantrail.tistory.com/ 


  초보자가 찾아갈 수 있도록 아주 세밀한 정보까지 올려주셨는데요~ 정말 굿입니다요~ㅎ 이번 첫 둘레길 여정도


이 블로그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거.. 주인장님께 고개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당~ ㅎㅎ




 


 


  둘레길 1코스는 주천에서 시작되고 그 주천은 남원 안에 있으니 일단 남원으로 떠나야겠지요.


제가 사는 대구에서 남원으로 가려면 일단 서부정류장으로 가서 시외버스를 타야 합니다. 아침 첫차는


7시55분, 약 2시간 정도의 텀을 두고 버스가 있으니 참고하시고요.


 



최종목적지 출발시간 및 경유지 소요시간 요금
전라북도
남원

(직통)07:55 09:40 11:37 13:40 15:00
16:55 19:00.(2시간소요)
(국도)10:42 12:28 17:18.(3시간소요)
<경유지>
(국도) 거창, 함양, 인월
152.7km/ 2:00분 일반:10,100원
중고생:8,100원
유공자:7,100원
초등생:5,100원

  


  88고속국도(?)를 열심히 달려 남원터미널에 9시 50분쯤에 도착했습니다. 돈 찾고 이것저것 산다고


터미널 찍는걸 잊었네요~ ㅠㅠ일단 주천으로 가려면 시내버스를 타야하는데 터미널 반대쪽에 시내버스


승강장이 있습니다. 거기서 버스 앞면에 둘레길이라고 쓰여진 차 아무거나 타시면 됩니다. 하지만 타실 때


꼭 행선지를 물어보시는 센스~ 잊지마시고요~ 기사님, 이차 주천 가나요? 요렇게..


아, 너무 친절한 상훈씨~ ㅎㅎㅎ..


 


  남원에서 주천까지는 한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~ 버스타니까 금새 주천에 도착했습니다. 근데


주천 어디에 내려야 하냐고요? 걱정 없습니다. 버스 안내 멘트 귀기울이시고, 같이 탄 버스에 배낭 매고


계신분들이 내리시면 같이 내리세요. 초행길에 눈치는 필수~ ㅎㅎ..


 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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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일단 주천에 도착했습니다. 당일 둘레길 걷기 행사가 있었던 모양인데, 사전 예약자만 참가 가능하다하셔서


그냥 저는 혼자 출발했습니다. 아참, 그리고 초행길이신 분들은 1코스 안내소에서 둘레길 가이드맵을 꼭


받아 가세요. 유용하실 겁니다.


 


  잠시 1코스 소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잉~


  가이드맵에 나와있듯이 1코스는 주천 ~ 운봉 구간으로 거리는 14.3km, 소요시간은 약 6시간,(물론 사람에 따라


다르겠지만 걸음이 빠른 성인남자분이라면 4시간 반정도 걸릴 듯합니다.) 6개의 마을과 11개의 경유지로 되어


있습니다. 1코스 초반 내송마을에서 회덕마을까지는 산 능선을 지나야해서 조금 힘이 드실 수 있고 회덕마을부터는


평지로 되어 있습니다.


  


 



 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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드디어 둘레길 1코스 출발~~~!!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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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길을 지나고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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꼬부랑 논길을 지납니다. 벌써부터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~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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네~ 농작물 구입은 이장님께 문의를~ ㅎㅎ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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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제부터 산길 시작~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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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금 걸어 올라 가시면 금방 개미정지를 만납니다.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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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저기 안내문에 보면 "조경남 의병장군의 전설이 서린 곳이자 장꾼들의 쉼터이다" 라고 되어 있습니다.


정지라는 말이 쉼터를 의미하는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.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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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개미정지를 지나 요 삼거리, 조심하셔야 합니다. 푯말이 갈림길 앞에 있는게 아니라서 보지 못하고


지나칠 수 있습니다. 그날 어떤분들은 실제로 지나치기도 했습니다. 그길이 아니라고 소리쳐 말씀도


드렸는데 따로 행선지가 있었는지 다른 길로 쭉 내려가셨어요~ 괜히 아는척 오지랖을 떤건 아니었는지.. ㅠㅠ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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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달래 참 이쁘죠?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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햇볕이 살짝쿵 내려앉은 꽃잎도 이쁩니다~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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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그렇게 산길을 따라가다보면 용소나무를 만납니다. 이 용소나무는 두나무가 서로 접목되어 자라는


연리지 나무인데요. 나무 모양이 용처럼 비상하는 모양이라 용소나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.


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행운과 건강이 오래 지속된다고 했는데요. 뭐 믿거나 말거나~ ㅎㅎ


그래도 공짜 소원 한번 빌어 봅니다~ㅋ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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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용소나무를 지나 걷던 중 흐믓한 아빠미소를 짓게 한 장면을 만났는데요. 바로 요 장면 입니다.


아버지 손을 꼭 잡은 아이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 지었습니다.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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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편임을 확인이라도 하는 듯 꼭 잡은 두손에서 훈훈한 父子의 사랑을 느낍니다.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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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이곳은 사무락다무락! 아침에 둘레길 걷기 행사에 참가하신 가이드분께서 이곳 유래에 대해서 열심히


설명을 해주셔서 저도 잠시 들어 보았습니다.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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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사무락다무락이라는 말은 이곳 방언인 듯한데요, 가이드분께서 사무락은 소망을, 다무락은 담벼락을


뜻한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. 두말을 합치면 '소망을 비는 돌담'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~ ㅎ


 


  사무락다무락을 지나면 곧 회덕마을에 도착합니다. 10시반쯤에 출발하신다면 회덕마을엔 아마도 1시쯤에


도착하실 겁니다. 저는 여기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. 대구에서 출발하기 전에 김밥내이션에서 산 김밥으로


점심 해결~ 간단하고 좋습니다~ ㅎㅎ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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회덕마을로 내려오면 아스팔트길을 만납니다.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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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길에서 포니픽업트럭도 만나고요~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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회덕마을을 지나 쭉 더 가면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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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치마을이 나옵니다. 이 마을은 돌담이 유명하답니다. 저기 내려오시는 분들의 길로 접어 들어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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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치샘을 지나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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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 산길을 만납니다.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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멋들어진 소나무들과 잠시 인사도 하고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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계속 산길을 오릅니다. 그런데 이 산길, 장난이 아닙니다.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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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헉..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산세가 점점 험해졌습니다. 이길이 진정 둘레길이라 할 수 있는 길인가?하는


의문도 들고 숨이 핼딱핼딱 할 쯤, 주위를 둘러 봤습니다. 아/무/도/없/다/


그렇습니다. 길을 잘못든게지요. 노치마을로 내려오는 등산객을 전 둘레꾼으로 착각한 것입니다.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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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 노치마을로 내려와 처음 만났던 갈림길로 갔습니다.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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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역시 푯말은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네요.ㅠㅠ1시간 동안을 험한 산길과 사투(?)를 벌이긴했지만,


뭐 괜찮습니다. 이게 여행의 묘미 아니겠습니까? 쿨하게 다시 길을 걷습니다. 근데 급격하게 떨어진


체력은 어찌할수가.... ㅎㅎ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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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노치마을을 지나는 길에 아까 회덕마을에서 만난 포니픽업을 다시 만습니다~ 너 오늘 자주 보는구나~ ㅋㅋ


근데 너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건 아니겠지?ㅋ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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덕산저수지로 가다 보면 요런 이쁜길도 나옵니다. 아~ 지금봐도 이쁘네요~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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덕산저수지를 지나 논길을 걷다보면 어느 문중 선산이 나오고요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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곧 행정마을이 나옵니다.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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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행정마을 서어나무숲 근처에 있는 갈림길로 가면 1코스 최종 목적지 운봉 가는 길이 나옵니다.


이쯤에서 체력이 급격이 떨어져 약간의 멘붕을 겪게 되는데요. 그래서 그런지 이후의 사진이 없습니다. ㅠㅠ


갈림길 왼편으로 보이는 저 개천길을 따라 가다보면 벗나무 길도 있고 은행나무길도 나옵니다. 멘트로 대신 ㅎㅎ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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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은행나무길을 지나서 푯말을 따라 걷다보면 운봉읍내가 나오고 남원으로 돌아갈 버스 승강장이 있는


운봉우체국이 나옵니다. 이 우체국을 만나면 1코스 완주하신 겁니다.(따로 인증할게 없다능.. ㅠㅠ)


아침 10시반에 출발해서 4시에 도착했으니 약 5시간 반만에 도착 했습니다. 노치마을에서 버려진 1시간을


빼면 남자 걸음으로 4시간 반 정도면 도착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네요.


 


 




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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살다보면 마음 따뜻해지는 일들도 있지만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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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실, 구부러진 이 길마냥 굴곡진 일들을 더 많이 만나게 됩니다.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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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굴곡진 길 끝에 잠깐의 휴식이 찾아오기도 하고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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또 망망대해에 떠있는 배처럼 길을 읽고 한참을 헤매기도 합니다.


그렇게 버거운 세상을 살다보니 정작 나에 대한 관심은 항상 뒷전이었던게 사실이었습니다. 


 


그날, 더운날씨에 혼자 참 긴 시간을 걸었습니다. 


그 먼 길을 걸으며 산길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또, 나를 만납니다.  


나를 만나기 위해 그 먼길을 걸아야 했다니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합니다.


내 앞에 놓인 길을 나만의 속도로, 천천히 걸으며


일과 주위 사람들에 치여 스스로에게 관심 받지 못한 나를 만나 그동안의 일들을 이야기 했습니다.


겨우 5시간 남짓 걷는 것도 이렇게 힘든 일인데 35년이 넘는 시간을 지내며 참 많은 일들을 겪어내어준 나를 감싸안습니다.


그동안 내 스스로에게 모질게 다그쳤던 것들에 용서를 구합니다. 


또 화해합니다.


 


둘레길, 나를 만나러 다시 가봐야겠습니다. ^^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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끝.
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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